출발 : 2003년 4월24일 도착 : 2003년 11월 27일 (총 218일)
::: Where are we? ::: 아시아 대한민국 부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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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18일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그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요.사장을 하고 싶다던 우리 반쪽, 드디어 회사를 하나 차렸네요.^^덕분에 저도 다시 일을 시작했구요. 여행에서 돌아온지 벌써 4년 2개월.그때 쌓은 마일리지로 올봄엔 베트남을 다녀올까 한답니다.... - 이쁜 아메바 mingk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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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맑음 오늘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세계 일주 항공권의 루트를 수정해야 한다. 당초 계획에는 중국에서의 한달 정도의 일정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막상 여행을 다녀보니 우리의 일정이 너무 빡빡하였다. 게다가, 이제 어느 정도 ‘사스’가 진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우리가 가려 한 중국 남부를 여행하기에는 왠지 마음이 안 편할 것 같아 중국 일정을 빼기로 하였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중국은 한국에 돌아가서도 비교적 쉽게 갈 수 있다고 스스로를 위로 하면서……… 항공권 루트만 수정하고 숙소에서 쉬려던 당초 예정을 바꾸어, 일을 되도록 빨리 끝내고 런던 시내를 좀 더 돌아 볼 예정이었다. 연 삼일째 민박집 주인장으로부터 ‘별로 한일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영 쑥스러워서………. 생각 보다 일이 잘 안 풀린다. 우리가 항공권을 구입했던 호주의 콴타스 항공은 우리의 예상을 깨고 런던 시내에 사무실을 갖고 있지 않았다. 할 수없이 콴타스의 업무를 대행해주고 있는 영국 항공의 사무실을 찾아 나섰다. 도심을 한 시간을 넘게 헤매 찾아간 영국 항공 사무실에는 사무실 이전을 알리는 벽보만 남아 있었고, 우린 다시 새로 이전한 사무실을 찾아 헤매야 했다. 겨우 찾은 사무실, 왠일인지 작은 사무실에 고객들이 수십명이 줄을 서있다. 입구의 안내 직원이 우리의 항공권을 보고는 인당 20여장에 달하는 우리의 항공권 루트 수정과 세금 계산은 자신들 사무실의 업무가 너무 밀려 해 줄 수 없다며 계열 회사인 브리티시 트래블(에이전시)로 가보라고 한다. 한번 더….. 하지만 이번에는 루트 수정 시, 규정된 페널티 미화 75불 외에 추가로 인당 35 파운드의 수수료가 부가된다고 한다. 항공권 사용 규정에 없다고 항의해 봤지만 자신들의 회사 규정이라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예상치 못한 70 파운드는 꽤 큰돈이었다. 할 수없이 내일 공항에 직접 가서 수정해야 할 것 같다. 어느덧 시간은 벌써 오후 4시가 넘어 가고 그 동안 미루어 두었던 내셔널 갤러리로 서둘러 향한다. 평소(?) 그림에 관심이 있던 아메바는 그런대로 재미가 있는 모양이지만 나는 영 재미가 없다. 한 가지 분명히 느낀 점은 과거의 유명 화가들이 정말 그림을 잘 그렸었다(?)는 사실……… 그림을 감상하거나 즐길 줄 아는 감성이 아직 나에게는 없는 모양이다. 하루 종일 돌아 다니고 항공권 루트 수정도 못하고, 겨우 내셔널 갤러리만 잠시 들러 보았다. 아무래도 오늘도 민박집 주인장의 꾸지람(?)을 들어야 할 것 같다. 저녁 7시, 여행 오기 전부터 기대하고 있던 런던의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을 보기위해 중심가의 극장(Her Majesty’s Theater)으로 향한다. 공연 시간에 늦지 않기 위해 저녁은 극장 근처의 편의점에서 간단히 해결하였다. 비싼 런던 물가를 다시 한번 실감하는 순간, 샌드위치 2조각과 콜라 한 병이 무려 4파운드(8 천원). 편의점 한편에서 겨우 샌드위치 조각을 먹으면서도 ‘오페라의 유령’을 런던에서 직접 본다는 사실에 신이 나서 아메바의 얼굴은 싱글벙글이다. 작년 봄, 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뮤지컬을 보러 갔었다. 학창 시절부터 음악이나 공연과는 주로 담을 쌓고 살아온 터라 뮤지컬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런 나에게 아메바가 뮤지컬을 보러 가자고 졸랐다. 런던의 오리지널 무대 장치를 그대로 들여와 서울에서 공연을 한다며 꼭 보고 싶다고 했다. 그 당시 우리가 살던 곳은 경남 거제시, 6시간을 차를 몰고 공연을 보러 서울로 갔다. 물론 서울의 식구들도 볼 겸해서……. 강남의 최신 공연장 ‘엘지 아트홀’, 공연장에 들어가며 속으로 되뇌었다. ‘아메바 덕분에 용 됬다.’고, 그리고 한편으론 졸리면 어쩌나 걱정도……… 하지만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잠은 싹 달아났다. 처음 보는 뮤지컬이었지만 배우들의 노래 소리는 아주 듣기 좋았다. 게다가 런던에서 직접 공수했다는 무대 장치는 최신 설비를 갖춘 공연장과 어울려 명장면을 수 차례 연출해 내었다. 공연이 끝나갈 즈음에는 배우들의 노래 소리에 완전히 매료되어 버렸었다. 공연을 보고 온 며칠 뒤, 한국 배우들의 노래를 담은 CD를, 그리고 그 며칠 뒤에는 런던 공연의 노래를 담은 오리지널 CD를 사서 음악을 다시 들었다. 오리지널 CD를 들으며 다시 한번 오페라의 유령에 반해버렸다. 특히, 런던 공연 시 여주인공 ‘크리스틴’역을 맡았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노래 소리는 정말 일품이었다. 그 뒤, 한동안 차에 ‘오페라의 유령’ CD를 꽂고 다니다 주변의 나와 절친하던 같은 부류(?)의 사람들로부터 처음에는 무슨 일 있느냐며 위로(?)를 받았고, 나중에는 사람이 변했다며 한동안 왕따를 당했었다. 그렇게 재미있게 보았던 ‘오페라의 유령’을 런던에서 보는 것, 정말 신나는 일이었다. 공연은 영어로 진행될 테지만 내용은 이미 알고 있으니 배우들의 노래 소리만 열심히 들으면 되므로 별 문제없을 것이었다. 드디어 공연은 시작되고, 두시간 반 동안 이어진 ‘오페라의 유령’, 런던에서의 본다는 사실까지 겹쳐 우리 둘은 잔뜩 기대를 했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공연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수준 이하의 공연은 아니었지만 서울 공연 보다도 더 좋을 것이라 기대했던 우리에게는 약간 실망스러웠다. 주연 여배우의 노래는 80년대 런던에서 초연 당시 엄청난 인기를 끌었던 ‘사라 브라이트만’의 노래에 비하면 상당한 차이가 느껴졌고, 서울 공연에서 훌륭하기 그지없던 무대 장치는 상대적으로 작은 극장의 규모와 부족한 시설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해 공연의 감동을 감소시켰다. 서울 공연 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몇몇 노래의 클라이막스에서는 주연 여배우의 노래 소리가 왠지 불안스러웠다. 서울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모두 노래에 빠져드는 듯했었는데…… 공연 초반에 무대 위에서 극장의 천정으로 들려 올라가는 샹들리에는 관객들의 탄성을 자아내며 단번에 올라가던 서울 공연과 달리 몇 차례 뒤뚱거리며 겨우 올라갔다. 공연 중간 다시 떨어져 내리는 샹들리에의 모습도 어설픈 면이 보이고, 공연 후반 유령이 공중에 뜬 채로 노래를 부르는 대목에서 극장의 작은 규모 탓에 1층 뒷부분의 상당수 관객 (우리도 거기에..)들은 유령의 모습은 보지도 못하고 노래만 들어야 했다. 같이 관람을 했던 다른 한국 관객들 중, 몇몇은 아주 재미있게 공연을 보았다고 하니 우리가 느낀 실망감은 우리의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상보다 못한 주연 여배우의 노래와 작은 극장 규모는 우리의 기대를 무산시켜 버렸다. 예상치 못했던 실망감을 안고 숙소로 돌아간다. 숙소에 도착하자 우리의 친절한 주인장이 오늘도 어김없이 같은 질문을 한다. 오늘은 무얼 했느냐고…… 그리고 우리는 오늘도 같은 소리를 들었다. ‘오늘도 별로 한일이 없군요.’ 한 마디 더: 오페라 유령의 티켓을 구하려고 런던 시내를 돌아다니다 런던의 뮤지컬 시장의 규모에 깜짝 놀라버렸다. 하루 저녁에도 수십개의 극장에서 공연되는 수많은 뮤지컬들, 코메디나 연극 등, 다른 장르의 공연을 제하더라도 도대체 무얼 보아야 할지 모를 정도였다. 무식한(?) 내가 들어도 한번쯤 들어 보았을 만한 뮤지컬들, 페임, 맘마 미아, 레 미제라블, 마이 페어 레이디, 시카고……. 수많은 뮤지컬이 거의 일년 내내 이어지고 런던의 시민들과 전세계에서 온 관광객들이 날마다 공연장을 찾고 있었다. 반액 할인된 가격으로 산 싼 좌석의 가격이 약 20 파운드(4만원) 정도, 정말 굉장한 규모였다. 거기다 각종 연극과 코메디, 그리고 음악 연주회 등까지 생각해보면 그 규모가 어떨지 짐작하는 것도 힘들었다. 그 중에서 우리가 본 ’오페라의 유령’. 우리가 ‘오페라의 유령’을 보려 한 것은 최고의 뮤지컬을, 처음 공연되었던 런던에서 다시 보고 싶은 마음과 런던의 뮤지컬을 제대로 접해보고 싶은 이유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니 ‘오페라의 유령’에 너무 큰 기대를 한 것이나 ‘오페라의 유령’을 통해 런던의 뮤지컬을 느끼고자 한 것은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닌 듯하다. 우리의 사견이긴 하지만, 런던의 공연이 서울의 공연에 비해 만족스럽지 않았던 것은 당연한 일인 것 같다. 서울에서는 세계적으로 너무나 잘 알려진 유명 뮤지컬 공연을 위해 최고 수준의 극장에서, 그리고 치열한 오디션을 뚫고 선발된 뮤지컬 배우와 정상의 연출자에 의해 공연이 이루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런던에서의 공연은 수많은 런던의 공연장 중 하나, 그리고 역사는 깊지만 시설이 다소 낙후된 극장에서 공연이 이루어진 것이었다. 뮤지컬 자체도 오래 전 흥행에 성공한 것이다 보니 배우의 캐스팅에서 최근의 다른 흥행작에 비해 아무래도 우선 순위에서 밀리는 것이, 20여 개의 유명 뮤지컬이 동시에 공연되는 런던에서는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공연을 보려 할 때, 민박집 주인장은 우리에게 최신 흥행작인 ‘We will rock you”를 볼 것을 권했었다. 생각해 보니 런던의 뮤지컬을 제대로 느끼려면 과거의 흥행작보다는 현재의 흥행작을 보는 것이 훨씬 나았을 것이다. 벌써 런던에서의 체류 일정은 끝나 가고……. 아무래도 런던에서의 뮤지컬 체험은 다음 기회에 한번 더 시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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