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같이 숙소를 나서 짤츠부르크행 기차를 타고, 아침 9시가 넘어 짤츠부르크역에 도착하였다.
여행을 하면서 만난 많은 한국 여행객들이 짤츠부르크가 작고 아름답다며 추천을 하였기에 하루 일정으로 이곳에 들른 것이다.
낮 동안 도시를 돌아보고 저녁에는 다시 밤차로 파리로 간다.
먼저, 관광 안내소를 들려 한국어판 지도를 구입하였다.
무료 지도가 아닌 것이 아쉬웠지만 여행 중 처음으로 보는 한국어판 지도라 반가운 생각에 선뜻 돈을 주고 구입하였다.
그런데 막상 지도를 보니 97년 판, 그 이후로는 개정이 안된 모양이다.
작은 도시라 차를 타지 않고 천천히 걸어서 돌아보아도 될 것 같다.
역을 벗어나 시가지에 들어서자 건물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건물들이 대부분 2,3층 건물로 모두 아기자기한 모습이다.
처음 둘러본 곳은 미라벨 정원,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의 주 배경이 되었다는 아름다운 정원이다.
꽤 넓고 잘 가꾸어져 있긴 하지만 영화에서 보았던 모습보다는 못한 듯하다.
정원을 돌아보는 중,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정원을 둘러보던 사람들은 모두 건물 안으로 피해 들어가고, 정원이 한가해지니 모습이 훨씬 보기 좋아진다.
비가 오니 꼼짝 못한다.
건물 바로 앞에 놓여진 벤치에 자리를 잡고 앉아 비오는 정원을 바라보며 빗소리를 듣는다.
예상치 않았던 휴식시간이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다.
소나기는 삼십 여분이 지나서야 그치고, 그제서야 우리는 정원을 빠져 나왔다.
조금 더 걸으니 짤츠부르크의 한가운데를 흐르는 강의 모습이 보이고,
그 다리를 넘어서자 관광명소가 밀집되어 있는 구시가지가 나온다.
날도 흐리고 좀 전에 소나기가 퍼부었는데도 거리에는 관광객들이 넘쳐 난다.
노란색으로 칠해진 모짜르트의 생가, 모짜르트가 태어난 곳으로 모짜르트가 살던 여러 집 중 가장 붐비는 곳이라 한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꾸며져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겉 모습만 보는 것으로 만족하고 발길을 돌렸다.
계속 이어지는 상점들과 식당의 모습들이 모두들 꽤나 보기 좋다.
어느새 발걸음은 구시가의 중심인 레지덴츠 광장에 이르고,
대성당과 성 피터 수도원 등을 돌아보고 다시 발길을 메인 쇼핑가인 게트라이데 거리로 돌렸다.
게트라이데 거리, 쇼핑가라고는 하지만 짤츠부르크에 걸맞게 상점들의 규모들도 아담하고 예쁘게 꾸며져 있다.
특이한 것은 거리를 따라 내걸려 있는 간판들이 아주 멋스럽게 걸려 있다.
하나하나가 모두 예쁘고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는데 아주 오래된 것들이라고 한다.
오후 무렵, 다시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아무래도 오늘의 일정은 짧게 마무리해야 할 것 같다.
시간은 어느덧 3시를 넘기고, 짤츠부르크의 상징인 호엔 짤츠부르크성엔 들어가 보지도 못했지만
쏟아지는 비를 핑계 삼아 성에 가는 것은 그만두기로 하였다.
비를 피해 늦은 점심을 하는 사이 비가 잦아들고 우리는 우산 하나에 의지해 서둘러 기차역으로 발길을 돌렸다.
다행히 우리가 역으로 가는 동안에는 비도 잠시 약해져 별 탈(?)없이 역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오후, 5시 짤츠부르크에 도착한지 8시간 만에 다시 짤츠부르크를 떠나기 위해 기차를 기다리고 있다.
유레일 패스를 이용한 기차 여행, 단 하루에 한 도시를 더 볼 수 있는 것이 편리하긴 하지만
하루 만에 도시를 돌아보는 것은 자칫 도시의 겉 모습만을 보게 만드는 것 같아 아쉬움을 남게 한다.
모두들 아름답다고 하던 짤츠부르크, 가만히 생각해보니 도시도 아름답고, 번잡스럽지 않은 이곳은 상당히 매력적인 도시임이 분명하다.
그런데도 오늘 우리의 하루는 생각보다도 덤덤했다.
옆에 있는 아메바도 짤츠부르크의 모습이 아름답다고 말은 하면서도 영 덤덤한 얼굴이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아주 평범한 곳도 감동적으로 다가오기도 하고, 유명한 곳이지만 별 다른 감동이 없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작고 아름다운 짤츠부르크, 이곳이 우리에겐 그런 도시인 모양이다.
